지난달 찾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유전학과 서유신 교수 연구실은 20대와 40대 중후반 여성의 난소 세포 및 유전자를 비교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다른 장기에 비해 2~3배 빨리 늙어버리는 난소에서 인류 노화의 수수께끼를 찾기 위한 세계 최초 임상시험을 이끌고 있는 현장이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산다. 과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이유로 난소 역할에 주목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30대 중반~40대 초반 여성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난소 나이 되돌리기’ 임상을 시작했다. 난소가 늙는 이유를 알고, 그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알아내면 여성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증거를 곳곳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40대 후반을 넘긴 여성의 난소에서는 다른 장기에서 70대가 돼서 일어나는 변화, 예컨대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유전자 변형, 엠토르(mTOR) 과발현 등이 모두 포착된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여성뿐 아니라 남성 몸에서도 70대쯤 발생하는 노화 생체 변화가 모두 난소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난소에 장수 유전자가 숨어 있다면, 그 유전자의 발현 여부로 해당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남자 형제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100세 이상까지 산 ‘장수 여성’은 대부분 40대 넘어 아이를 낳았고, 그런 여성의 남자 형제가 오래 살았으며, 젊은 쥐의 난소를 이식받은 늙은 쥐가 더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난소는 ‘타임머신 장기’라고 불릴 만큼 인체에서 가장 먼저 제 기능을 잃기 때문에 임상 결과가 빨리 도출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성은 수백만 개의 난포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출생 직후부터 난포 개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난소 기능도 저하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난포 수는 30만 개 정도로 줄어들고, 30대 중반에는 2만 개, 40대부터는 거의 없는 수준과 다름없다. 서 교수는 “번식의 관점에서만 보면 난소는 40대 중후반께부터 제 기능을 잃는다”며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번식 외 기능을 난소가 갖고 있고, 그 기능이 단순 난소뿐 아니라 몸 전체의 장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화전문 학술지 네이처에이징에 따르면 항노화 연구의 경제적 가치는 수명이 1년 늘어날 때 38조달러, 10년 늘어날 때 367조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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